기고자 : 운동하는 간호사, 시드니 북홀릭 멤버  전송희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보는 걸 좋아한다. 예전과 비슷한 듯 다른 시선으로, 인상 깊다고 꼽는 단락이 달라질 때마다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나의 변화를 발견하는 것 같아 짜릿하다. 학창 시절 재미있게 보았던 ‘어린 왕자’, 그저 귀여운 어린 왕자의 행성 여행 이야기가 이번에는 내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내 삶과 나에 대해 고찰하라고 말했다.   

어린 왕자가 만나는 인물들과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인간관계와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직 자기만을 위하는 신경질적인 장미꽃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을. 그리고 행성에 혼자 살며 자신을 스스로 왕이라 칭하고, 만나는 상대를 누구나 ‘신하’라고 칭하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자만심을 보게 된다. 또한, 평생 힘들게 부자가 되기 위해 별을 세었다 불평하지만, 진짜 부자가 되면 더 많은 별을 사겠다는 인물에게서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보았다. 익숙하다 못해 당연해 보이는 모습들. 주변을 돌아보기도 전에 내 안에 가득 찬 모습들이라 얼굴이 화끈해졌다. 못난 그 마음들을 따라가다 정작 소중한 것들을 소홀히 하고 있을 나에게 미안했다. 조금씩 줄이고 다듬으며 내가 향하는 삶의 방향이 좀 더 편안해질 수 있길 바라본다.  

또한 어린 왕자는 행성 여행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각기 다른 행성에서 너무도 다른 생각으로 살아가는 개성 넘치는 인물들은 우리 삶에서 만나는 주변 사람들 같았다. 서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젓고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그 사람들 말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기 힘들 때 ‘다른 행성에서 사는 외계인’이라고 생각하면 그 차이 그대로 바라봐 줄 수 있지 않을까. 서로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나도 그렇게 봐주는 세상이었으면 한다. 이해와 공감을 기반으로 하는 관계는 내 삶에 큰 기쁨을 줄 테니 말이다.  

이야기 끝에서 어린 왕자는 다양한 행성들을 여행한 후 결국 그의 별로 되돌아간다. 여행을 하며 자신을 알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왕자에게 자신의 별은 더 이상 작고 초라한 별이 아니었다. 하나뿐인 자신의 아름답고 소중한 별 이었다. 누구나 그럴 때가 있다. 유난히 온통 캄캄하고 힘겨운 시간. 그럴 때 어린 왕자의 이 여행을 기억했으면 한다.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운 별이 나에게도 분명 있다는 것,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적당한 여행과 고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종종 어린 왕자를 만나러 오려 한다. 내가 지금 나아가는 방향이 맞는지 혼동될 때, 중력 마냥 또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버리고 있을 때 나의 길라잡이가 되어 주길 바라며 말이다.  

운동하는 간호사, 시드니 북홀릭 멤버 전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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