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ny Wong and Wang Yi meet in Canberra
페니 웡-왕이 6번째 ‘단독 회담’, 캔버라 연방의사당서 열려
다양한 현안 논의…획기적 합의 도출 실패
회담 후 기자회견에 왕이 부장 불참

(캔버라 EPA·AAP=연합뉴스) 호주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이 20일 캔버라 연방의회에 마련된 회담장 앞에서 페니 웡 호주 외무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왕 부장은 남반구에 있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뉴질랜드와 호주를 잇따라 찾았다 
(캔버라 EPA·AAP=연합뉴스) 호주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이 20일 캔버라 연방의회에 마련된 회담장 앞에서 페니 웡 호주 외무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왕 부장은 남반구에 있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뉴질랜드와 호주를 잇따라 찾았다 

중국의 외교 수장인 왕이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20일 오전 캔버라 연방의사당에서 페니 웡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양국의 산적한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두 나라 외교수장의 이번 회담은 6번째다.  

하지만 왕이 부장의 호주방문은 2018년 중국 화웨이 사태로 불거진 양국간의 극심한 갈등 끝에 지난해 11월 앤소니 알바니지 연방총리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해빙기를 맞은 직후  이뤄져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두 나라의 외교수장은 이날 회담에서 대만 및 남중국해 긴장 상황, 새로운 과학기술협정 체결 문제, 교역 이슈,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현안,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중국계 호주 작가 양헝쥔 박사 문제 등을 논의했다.  

두 장관은 “양국간의 안정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해야 한다”는 점에 적극 공감했다.  

이날 회담에서 원론적인 입장만 재확인했을 뿐 획기적인 돌파구나 합의안은 도출되지 않았다.  

이날 회담의 모두 연설을 통해 페니 웡 외무장관은“양헝쥔 박사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져 호주인들 모두 심한 충격을 받았다”면서“호주는 사형제도 자체를 반대하며 여기에 더해 너무 가혹한 처벌이라는 것이 호주 국민들의 정서이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왕이 외교부장은 이날 회담에서 호주산 와인과 바닷가재, 소고기 등에 대한 무역 규제를 곧 폐지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대외적으로 알리려는 듯 왕이 외교부장관과 수행원들은 캔버라 도착 직후 캔버라의 한 와이너리를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호주는 중국산 풍차터번에 대한 반 덤핑 조치 해제로 화답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페니 웡 외무장관은“중국 측 조치에 대한 답례 차원이 아니며 이미 양국간의 협상을 통해 도출된 합의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페니 웡 장관은 회담을 마치고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리창 중국 총리가 6~7월께 호주를 방문할 수도 있도록 양국은 계속 조율하기로 했다”는 점도 부연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中 외교부장 호주 방문에 항의시위하는 티베트인들 (캔버라 AFP=연합뉴스) 호주에 거주하는 티베트 커뮤니티 회원들이 20일 캔버라 연방하원 앞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문에 맞춰 중국 당국의 티베트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장의 호주 방문은 7년 만이다 
中 외교부장 호주 방문에 항의시위하는 티베트인들 (캔버라 AFP=연합뉴스) 호주에 거주하는 티베트 커뮤니티 회원들이 20일 캔버라 연방하원 앞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문에 맞춰 중국 당국의 티베트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장의 호주 방문은 7년 만이다 

이날 회담이 열린 연방의사당 앞에서는 인권단체와 티벳 지지단체 관계자 등 수십여명이 반 중국 시위를 벌였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수출 시장이었지만 양국은 보수 성향인 스콧 모리슨 전 호주 총리 집권기(2018.8∼2022.5)에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2018년 호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요청에 따라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망 사업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참여를 배제했고 이에 중국은 호주산 와인과 소고기, 보리, 석탄 등 10여 개 제품에 고율 관세를 물리는 등 맞불을 놓으며 보복에 나섰다. 

호주 총리로는 7년 만에 이뤄진 알버니지 총리의 작년 11월 중국 방문을 전후해 중국은 목재와 보리 등 호주 주요 수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폐지하는 등 무역 정상화에 나섰으나 여전히 와인과 랍스터 수입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왕이, 시드니서  폴 키팅 전 총리와 면담  

한편 왕이 외교부장은 이번 호주 방문에 즈음해 폴 키팅 전 연방총리와의 면담 일정을 마련해 논란이 되고 있다.  

폴 키팅 전 연방총리는 최근 현 노동당 정부의 강경 중국 정책을 맹비난하는 등 독설을 퍼부어왔다.  

폴 키팅 전 연방총리의 비판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페니 웡 외무장관은 “폴 키팅 전 총리가 자신의 견해를 피력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그가 하는 발언은 호주정부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국가적 차원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폴 키팅 전 연방총리는 자신의 최근 언행에 대해 강한 비판 논조를 견지한 디 오스트레일리안 지를 겨냥해 “디 오스트레일리안 지 보도 내용은 무시돼야 한다”고 공박했다.

18일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 만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 
18일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 만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 

7년만에 뉴질랜드 찾은 왕이,  '경제협력' 외치며 美 견제        

호주 방문에 앞서 7년 만에 뉴질랜드를 찾은 왕이 외교부장은 미국의 핵심 우방이자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의 정보 동맹)의 구성원인 뉴질랜드 방문을 통해 중국과의 경제 협력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면서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을 적극 피력했다. 

18일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서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와 만난 왕이 외교부장은 "뉴질랜드는 교육과 과학·기술, 인프라, 비즈니스 환경, 수출 확대를 국정의 중점으로 삼고 있는데, 중국은 이런 영역에서 신뢰할 수 있는 협력 파트너가 될 용의가 있다"며 중국 경제가 양적·질적 발전을 이룬 만큼 뉴질랜드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뉴질랜드 외교장관 회의 (웰링턴 AF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왼쪽)과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국 뉴질랜드 외교장관 회의 (웰링턴 AF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왼쪽)과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왕 부장은 이어 "중국과 뉴질랜드는 모두 다자주의를 제창하고, 유엔이 국제 문제에서 핵심적 역할을 발휘하는 것을 지지하며, 평화적 수단으로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데 힘쓰고 있다"면서 "뉴질랜드와 함께 단결과 협력을 강화하고, 냉전적 사고와 일방주의, 보호주의를 억제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럭슨 총리는 "수교 이래 양국의 관계는 강고한 발전을 이뤘고 경제·무역 협력의 성과는 풍성했다"며  "뉴질랜드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계속 견지할 것이고, 양국의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계기로 고위급 교류를 더 긴밀히 해 상호 이해를 증진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럭슨 총리는 중국과 경제·무역, 인문, 교육, 관광, 농업, 과학·기술, 기후변화 대응 등 영역에서의 협력도 심화하고자 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한편 왕 부장과 회담한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기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라며 "양국이 지역·국제 문제에서 소통과 협조를 심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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