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정숙 북홀릭 멤버

 

한국에서 호주로 이민오면서 더 좋은 스승 내 인생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갖고 왔다. 신학공부를 하면서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사시는 한 교수님이 책이 너의 좋은 스승이자 귀한 인간의 만남을 허락할 것이라는 말을 해 주셨다.  

“자기만의 빛”이란 책을 통해 키다리 소녀에서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의 부인으로 이 세상에서 자기만의 빛을 발하고 있는 미셸 오바마를 만날 수 있었다.

미셸 오바마는 백악관에서 8년의 시간을 잘 견뎌낼 뿐 아니라 두려움을 물리치고 싸워 이겼노라고 고백하고 있다. 미셸은 대통령 영부인으로서 그 자리의 무게를 이기고 어려움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능력은 현재의 나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거울 속의 나의 모습이 지치고 불완전해 보일지라고 말이다.  

미셸은 어릴 때 유난히 키가 컸다. 그래서 늘 줄을 설 때 선생님들은 키 큰 사람은 매일 뒤에 서게 했고 그 경험은 항상 무리에서 열외 되고 이방인이 되는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키가 작은 필자는 미셸과는 달리 또 키가 큰 친구들이 부러웠고 그 뒷자리의 특별함과 자유로움에 영원히 낄 수 없다는 열등감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이렇듯 사람은 자기의 약한 부분에 초점을 두는 것 같다.  

미셸의 느꼈던 이 감정은 모든 인간이 느끼는 부분임을 부인할 수 없다. 내가 있든 없든 상관없을 것 같은 기분, 나를 보고도 보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기분인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인종, 민족, 체형, 젠더, 장애, 신경다양성, 그 밖의 다른 것 때문이든 그런 것들의 종합이든 결국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한 이방인으로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하지만 미셸은 이런 두려움의 감정에 빠지지 않고 이성과 합리적인 사고를 추구하며 자신을 든든히 세우고 묵묵히 앞을 향해가게 된다.

그녀의 신념은 가족과 공동체 그리고 특별한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미셸의 아버지는 불치병 환자로 걷기도 힘들고 휠체어에 앉게 되었지만 그는 미셸에게 놀라운 가르침을 준다. “내가 나한테 만족하면 누구도 나를 기분 나쁘게 할 수 없어” 라는 것이다. 아버지는 남의 눈을 걱정하지 않았고 자기 자신과 사이가 좋았으며 자기 가치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신체적으로 그렇지 않아도 중심이 잘 잡혀 있었던 것이다. 그런 아버지는 사람들을 끌어 당겼고 특권이나 재산에서 오는 여유와는 다른 여유를 보여주셨다. 책의 한 부분에 휠체어에 앉아서 호수에서 나오는 물을 어린 딸 미셸에게 뿌리며 해맑게 웃던 미셸의 아버지의 표정을 필자는 잊을 수 없다.

그의 표정은 정말 푸르른 청년의 모습이요, 딸과 함께 하는 기쁨, 어떤 육체의 아픔에도 갇혀 있지 않은 자유롭고 행복한 표정이었다. 이렇듯 미셸은 가족과 친척들의 수고와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재해석하며 아버지와 같이 적극적으로 고난과 두려움을 마주하고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헤쳐 나가는 삶을 살게 된다.

현재의 그녀에게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그 두려움을 즐기며 그것을 통해 자기만의 빛을 잃지 않기 위해 작고 사소한 일상에서 꾸준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미셸의 취미 생활이 된 뜨개질에 대한 그녀의 해석이 인상적이었다. 뜨개질을 하는 그 순간은 강제의 고요와 안정의 시간을 경험함으로써 명확성에 도달했다고 표현하였다.

그녀는 큰 것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작은 것부터 시작할 것을 권한다. 거창한 일이 아닌 일상의 사소한 일을 통해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과정인지 곧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며 나만의 빛을 밝히는 것임을 말해준다.   

끝으로 나를 보는 시선이 나의 전부가 된다. 따라서 아침에 눈을 뜨면 거울의 나에게 다정하게 인사하고 말을 걸자. 지금껏 나를 비난과 정죄로 대하던 자세에서 나를 눈에 보이는 존재로 여기자.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들고 하루하루의 생활을 전진해 가자. 나만의 도구를 꾸리고 필요하다면 바꿔가면서 계속 나아가자. 이렇듯 미셸이 나에게 나를 대하는 자세를 알려주었다. 오늘 만난 미셸의 귀한 글귀를 마음에 새기며 나만의 빛을 발하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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