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인은 모든 형태의 발명에 원동력 제공" 

알(AL)은 사람에게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보다는 패턴을 발견하는 데 열중했고, 보는 것마다 설명을 요구했다.  

"왜"를 달고 다니면서 학교 선생님들을 귀찮게 했다.  

한 교사는 알의 뇌가 "맛이 갔다"라고까지 했다. 알이 열한 살이 되자 엄마는 집에서 홈스쿨링(재택학습)을 선택했다.  

알은 집과 도서관을 다니면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실험을 수행했다.  

그는 나중에 1천93건의 특허를 얻어 발명왕이 됐는데, 토머스 앨바 에디슨이 그의 온전한 이름이었다. 

케임브리지대학교 발달정신병리학과 교수인 사이먼 배런코언이 쓴 '패턴 시커'(The Pattern Seekers)는 인류의 체계화 메커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는 체계화 메커니즘이야말로 인류 문명의 거의 모든 것을 만들어낸 원동력이며, 이 능력이 고도로 발달한 이들 덕분에 문명이 창발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체계화 메커니즘의 정수는 '만일-그리고-그렇다면' 패턴이다. 예컨대 '곡물의 씨앗을 땅속에 묻었고, 그리고 그 땅이 축축한 상태를 유지한다면, 그렇다면 그 씨앗은 싹을 틔워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와 같은 생각의 흐름 같은 것이다.  

인류는 이 체계화 작업을 검증해 냄으로써 농경사회에 접어들었다. 또한 비슷한 방법을 적용해 가축을 길들이고, 수많은 도구도 만들어냈다. 

저자는 이런 작업을 수행한 이들이 대부분 극S나 S유형의 뇌를 가진 이들이었다고 설명한다.  

정서적 공감 지수(EQ)보다는 체계화 지수(AQ)가 높은 유형의 두뇌 구조를 가진 사람들이다. 에디슨과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며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전공 학생들도 대체로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여러 연구를 통해 이들이 자폐적 성향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자폐인과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의 마음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비언어적 시각 지능검사에서 자폐인은 비자폐인보다 40% 더 빨리 패턴을 감지했다는 로랑 모트롱의 연구와 자폐인이 STEM을 공부하는 비율이 다른 경우보다 높다는 점을 밝힌 실리콘밸리 연구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 아울러 3만6천명이 참여한 영국 뇌 유형 연구 결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체계화 메커니즘에 능숙한 자폐인들이 인류 문명 진보에 기여했다는 점 등을 예로 들면서 자폐인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자고 제안한다. 정상과 비정상이 아닌 다양성의 차원에서 '인간'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전문가적인 정신을 지니고 태어난 어린이에게는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좁고 깊은 교육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비참할 정도로 고통받다가 형편없는 성적과 상처만 안고 학교를 떠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과거는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일부 자폐인이 과학, 기술, 예술과 기타 모든 형태의 발명에 원동력을 제공한다.  

그 사실을 인정하면 그들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먼저 우리의 문화와 사회가 크게 변해야 한다." 

디플롯. 강병철 옮김. 4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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