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 birth rate falls to all-time low 
첫 '0.6명대' 추락…역대·세계 최저 '셀프 경신' 
작년 4분기 합계출산율 0.65명…연간 출산율도 0.78명→0.72명 '뚝' 
올해 연간 출산율도 0.6%대로 떨어질듯…작년 출생아 23만명 '또 최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기록적인 저출산 현상이 한국에서 계속되면서 지난해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 기록을 다시 썼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고 올해는 연간 기준으로도 0.7명선이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혼인 건수가 늘어난 점을 향후 출산율 개선 요인으로 꼽고 있지만, 최근 심화하는 출산 기피 현상 등에 비춰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바닥 모르는 저출산 

한국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 통계'와 '2023년 12월 인구동향'을 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전년(24만9천200명)보다 1만9천200명(7.7%) 줄었다.  

지난해에 이어 또 역대 최저 기록이다. 

2016년(40만6천200명)까지 40만명을 웃돌던 연간 출생아 수는 2017년(35만7천800명) 40만명을 하회한 데 이어 2020년(27만2천300명)과 2022년(24만9천200명) 각각 30만명, 25만명 선이 무너졌다. 

인구 1천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출생률은 전년보다 0.4명 감소한 4.5명으로 집계됐다.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작년 0.72명이었다.  

전년(0.78명)보다 0.06명 줄며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1.24명)을 정점으로 8년째 하락세다.  

2021·2022년 각각 0.03명이었던 하락 폭도 지난해 두배 수준으로 커지는 등 하락 속도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작년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1년 전보다 0.05명 감소하며 0.70명선마저 붕괴됐다. 사상 첫 0.6명대 분기 출산율이다. 

4분기 출생아 수는 5만2천618명으로 1년 전보다 3천905명(6.9%) 줄었다.  

작년 12월 출생아는 1만6천253명으로 1년 전보다 643명(3.8%) 감소했다.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2021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00명에 못 미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출산율 저하 속 높아지는 출산 연령 

한국 여성의 첫째아 출산연령(32.6명)도 회원국 중 가장 많다. 

연령별 출산율(해당 연령 여자 인구 1천명당 출생아 수)은 45세 미만 모든 연령층에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5세 이상 출산율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출산율 감소세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서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30∼34세 출산율(66.7명)은 전년보다 6.8명 줄어 전 연령대 중 감소 폭이 가장 컸고 25∼29세 출산율(21.4명)은 2.6명 줄어 뒤를 이었다.  

증가세를 보이던 40∼44세 출산율(7.9명)은 0.1명 줄면서 다시 7명대로 내려앉았다. 

산모 출산 연령도 상승하는 추세다. 

여성의 평균 출산연령은 33.6세로 전년보다 0.1세 올랐다.  

35세 이상 산모 비중은 전년보다 0.6%포인트(p) 상승한 36.3%를 기록했다. 

첫째아 출산 연령은 33.0세로 전년보다 0.1세 늘었다. 둘째아와 셋째아 출산 연령도 전년보다 각각 0.2·0.1세 늘어난 34.4세, 35.6세로 집계됐다. 

 

英 BBC 한국 저출산 문제 집중 조명 

한국의 작년 4분기 합계 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진 데 대해 영국 공영 방송 BBC가 그 배경을 집중 조명했다. 

BBC는 한국 통계청의 출산율 발표에 맞춰 서울 특파원 발로 '한국 여성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BBC는 "저출산 정책 입안자들이 정작 청년들과 여성들의 필요는 듣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와 지난 1년간 전국을 다니며 한국 여성을 인터뷰했다"고 취재 경위를 설명했다. 

BBC가 만난 30세 TV 프로듀서 예진씨는 "집안일과 육아를 똑같이 분담할 남자를 찾기 어렵고 혼자 아이를 가진 여성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외곽에 사는 예진씨는 "저녁 8시에 퇴근하니 아이를 키울 시간이 나지 않는다"며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더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BBC는 월요일에 출근할 힘을 얻기 위해 주말에 링거를 맞곤 한다는 사연을 예진씨가 일상인 것처럼 가볍게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아이를 낳으면 직장을 떠나야 한다는 암묵적 압박이 있다"며 여동생과 뉴스 진행자 두 명이 퇴사하는 걸 봤다고 말했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느냐'는 말에 그는 눈빛으로 답을 대신하며 "설거지를 시키면 항상 조금씩 빠뜨린다.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집값이 너무 비싸 감당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서울에서 점점 더 멀리 밀려나고 있지만 아직 집을 장만하지 못했다. 

막대한 주거비에 사교육비  

BBC는 주거비는 세계 공통 문제이지만 사교육비는 한국의 독특한 점이라고 평가했다. 

아이들이 4세부터 수학, 영어, 음악 등의 비싼 수업을 받는데 아이를 실패하도록 하는 것은 초경쟁적인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BBC는 설명했다. 

스텔라씨는 "아이 한 명당 한 달에 700파운드(120만원)까지 쓰는 걸 봤는데 이런 걸 안 하면 아이들이 뒤처진다"고 말했다. 

BBC는 과도한 사교육은 비용 자체보다 더 깊은 영향을 준다면서 부산에 사는 32세 민지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20대까지 공부하면서 너무 지쳤으며 한국은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고 털어놨다. 

가끔 마음이 약해진다고 인정하면서도 아이를 원하던 남편도 이제는 그의 뜻을 들어주기 시작했다고 했다. 

대전에 사는 웹툰 작가 천정연씨는 아이를 갖는 일을 중대한 결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출산 후에 곧 사회, 경제적 압박을 받게 됐고 남편은 도와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남녀가 평등하다고 배웠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고 무척 화가 났다"며 주변을 보니 다들 우울해서 사회적 현상이라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BBC는 이 점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경제가 지난 50년간 고속 발전하면서 여성을 고등 교육과 일터로 밀어 넣고 야망을 키워줬지만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은 같은 속도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BBC는 또 정자 기증을 통한 임신이나 동성 결혼이 허용되지 않는 점을 어떤 이들은 아이러니라고 한다고 전했다. 

 

전세계, 저출산과의 싸움 

 저출산 문제는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이 현 수준의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체출산율(2.1명) 미만으로 떨어진 국가는 2021년 기준 124개국이다. 

2010년 98개국에서 10여년 만에 25%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경제력 상위 15위 안에 드는 국가들은 모두 합계출산율이 2.1명 미만으로 내려가 인구 감소가 시작됐다.  

이제 저출산은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로 부상한 상황이다. 

인구 대국인 이웃 중국과 일본은 물론 '1억 인구'의 베트남도 최근 출산율 하락에 고심하고 있다.  

일찌감치 '저출산 쇼크'에 직면했던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대책을 쏟아내는 등 전세계가 저출산과의 싸움을 진행 중이다.  

 

영국·프랑스 양육부담 완화에 초점…러시아선 '무자녀 세금' 주장도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기가 어려워진 지 오래라는 유럽 각국은 대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2021년 합계출산율이 각각 1.53명과 1.80명을 찍은 영국과 프랑스는 부모의 양육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국은 3∼4세 유아를 둔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주당 30시간의 무상보육 서비스를 시행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2세 유아에게도 주당 15시간의 무상보육을 제공하기로 했다. 

보육시설도 15%가량 늘리고 돌보미의 시급도 인상한다. 

프랑스는 2030년까지 20만 개 탁아소 추가 설립, 취약 계층 지원을 위한 1천만 유로 규모의 '유아기 혁신 기금' 조성, 6세 미만 아동에 대한 보육비 세액 공제 한도 인상, 현행 10주인 출산휴가를 6개월로 연장 등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 다음으로 출산율이 낮은 이탈리아는 작년 상반기 신생아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천500명 감소하면서 출산율이 2022년 1.24명에서 2023년 1.22명으로 내려앉았다. 

이탈리아의 연간 신생아 수는 2009년부터 14년째 감소세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작년 9월 저출산 예산으로 10억 유로(약 1조4천억원)를 책정하고 저출산을 국가의 존속을 위협하는 시급한 국정 과제로 삼았다. 

2014년 이후 출생아 수가 매년 감소 중인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젊은층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간 러시아에서는 심지어 '무자녀 세금'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러시아의 합계출산율은 2016년 1.8명에서 2021년 1.5명으로 줄었다.  

 

중국 61년 만에 인구 감소…동남아도 저출산 타격  

아시아에서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저출산이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1970년대 제2차 베이비붐이 일어난 이후 출생아 수가 50년 동안 하향 곡선을 그려온 일본은 전날 작년 출생아 수(속보치)가 전년보다 5.1% 감소한 75만8천631명으로 전년도보다 4만1천97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당초 일본은 연간 출생아 수가 75만 명이 되는 시점을 2035년으로 예상했는데 그보다 훨씬 빠르게 감소가 진행된 셈이다. 

일본 정부는 육아수당 대폭 확대, 출산비 의료보험 적용, 다자녀 세대 대학 교육 무상화, 육아휴직 독려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젊었을 때 건강한 난자를 따로 보관하는 난자동결 지원을 확대하는 등 대책을 강구 중이지만 출산율 저하에 제동을 걸지 못했고, 혼인 건수 자체도 줄어드는 추세다. 

1971년 5.5명이던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1.0명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중국 정부는 2016년 둘째 자녀에 이어 2021년 셋째 자녀 출산을 허용하고 다양한 출산 장려책을 내놨지만, 양육비 부담과 경제 둔화에 따른 취업난 등이 겹치면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남성 22세, 여성 20세인 법정 결혼 가능 연령을 낮추자는 등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 있지만 조혼(早婚)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반박에 부닥쳤다. 

중국 산시성 시안시 당국은 혼인신고를 하는 신혼부부에게 내달 1일부터 복권을 나눠주는 캠페인마저 벌이고 있다. 시안시는 이 사업에 70만 위안(약 1억3천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중국 인구는 2022년 말 기준 14억1천175만명으로 전년도보다 85만명 줄었다. 중국 인구가 감소한 것은 6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저출산 국가로 꼽히는 대만의 합계출산율은 2021년 0.98명으로 떨어졌다. 태국의 합계출산율도 1.16명 수준으로 현 수준의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2.1명에 턱없이 못 미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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