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ban lifted for the ambassador appointee to Australia
공수처 "법과 원칙 따라 수사 전념"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는 이종섭(63)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가 해제됐다.
이 전 장관이 지난 4일 주호주 대사로 임명된 지 나흘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진 조치다.
법무부는 8일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심의위원회를 한 결과 "이의신청이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별다른 조사 없이 출국금지가 여러 차례 연장돼 온 점, 최근 출석 조사가 이뤄졌고 본인이 수사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지난 7일 공수처에 출석해 4시간가량 조사를 받으면서 추후 수사에도 협조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러한 점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 전 장관은 이날부터 곧바로 해외로 출국할 수 있게 됐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이 채상병 순직 사건의 책임자를 수사하는 과정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하고 경찰에 적법하게 수사된 수사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등)를 받는다.
공수처는 지난해 고발장을 접수해 이 사건 수사에 착수했고 올해 1월 이 전 장관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 핵심 피의자들을 출국금지 했다.
이후 출국 금지 기간을 1개월 이내로 정하도록 하는 출입국금지법 규정에 따라 이 전 장관 등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해왔다.
당초 공수처는 유 법무관리관, 김 사령관 등을 불러 조사한 뒤 '윗선'인 이 전 장관을 소환할 계획이었으나 이 전 장관이 지난 4일 주호주 대사로 임명되면서 변수가 생겼다.
이 전 장관은 임명 이튿날인 지난 5일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풀어달라고 이의를 신청했고, 법무부는 이날 이를 수용했다.
정치권 등에서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이 해외로 '도피'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법무부는 이 전 장관의 출국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 취재진에게 "(이 전 장관은) 개인적인 용무나 도주가 아니라 공적 업무를 수행하러 간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채상병 사건에 대한 수사 외압과 수사기록 회수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 전 장관이 출국하게 되면서 공수처 수사에는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는 호주 대사 임명 사실이 알려진 이후인 지난 7일 이 전 장관을 불러 4시간가량 조사했지만 실질적으로 혐의를 규명하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공수처는 법무부가 해제 여부를 심의하기 전 출국 금지 해제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종전대로 차분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사실 규명을 위한 수사 절차를 계속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