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nial statue vandalism continues 
제임스 쿡 선장•빅토리아 여왕 동상 ‘훼손’ 

(AAP Image/Diego Fedele) 빅토리아 여왕 동상에 붉은색 페인트 테러가 가해졌다.  
(AAP Image/Diego Fedele) 빅토리아 여왕 동상에 붉은색 페인트 테러가 가해졌다.  

 

2024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전날 호주 대륙을 발견한 제임스 쿡 선장의 동상과 빅토리아 여왕 동상이 거의 동시에 훼손돼 경찰에 수사에 나섰다. 

파손된 쿡 선장 동상은 1914년에 세워진 것으로 100년도 넘은 기념물이다. 

확인 결과 쿡 선장의 동상은 발목이 잘린 채 동상 받침대 아래 쓰러져 있었으며 동상 받침대에는 붉은색 페인트로 '식민지는 붕괴될 것'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사건 당시 주변에서 여러 명이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목격됐다며 용의자를 찾고 있다. 

또 멜버른 중심가에 있는 빅토리아 여왕 동상에도 밤사이 붉은색 페인트가 뿌려졌으며 낙서들이 적혔다. 

저신터 앨런 빅토리아주 총리는 "이런 종류의 공공기물 파손 행위는 우리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다"라며 "우리는 동상을 수리하고 복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쿡 선장은 영국인 탐험가로 유럽인 입장에서 호주 대륙을 처음 '발견'한 인물로 호주 근대사의 중심 축이기도 하다. 

영국 요크셔 출신인 쿡 선장은 해군에 입대해 남태평양 일대에서 섬과 대륙을 잇따라 ‘발견’한 인물이다. 
 
1770년에는 오스트레일리아 동부 해안을 탐험한 뒤 이를 영국 영토로 선포했다. 

하지만 일부 진보주의자들은 쿡 선장의 동상에 대해 “허구이며 호주에 해로운 신화의 상징일 뿐이다”라며 폄훼해왔다. 

가장 논란의 핵심은 기단에 기입된 “이 영토를 1770년에 발견했다”는 문구이다. 

즉, 4만여 년 동안 호주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원주민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는 지적인 것. 

 

사진(연합뉴스) 발목이 잘린 채 쓰러진 제임스 쿡 선장 동상 
사진(연합뉴스) 발목이 잘린 채 쓰러진 제임스 쿡 선장 동상 

호주 식민 시대 개척자 동상 훼손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4월, 라클란 맥쿼리 동상 페인트 낙서 

지난해 4월 안작데이에는 시드니 북서부 윈저의 맥쿼드 공원(McQuade Park)에 세워진 라클란 맥쿼리 NSW 5대 총독의 동상이 새벽 추념식 직후 붉은색 페인트로 뒤범벅이 되는 사건이 발생해 지역사회가 공분한 바 있다.  

동상의 받침대 주변도 손바닥 자국과 함께 '인종청소를 명령한 학살자'라는 글씨가 쓰여 있는 등 훼손됐다. 

맥쿼리는 영국 군인 출신으로 1800년대 중반 NSW주 총독 재임 당시 군사 작전 중 호주 원주민들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력 탓에 그의 동상은 2017년에도 '살인자'라는 페인트 글씨로 훼손되기도 했다. 

하지만 순국 장병을 추모하는 안작데이에 이런 사건이 벌어진 것에 대해 비난 여론이 쏟아진 바 있다.  

사라 맥마흔 혹스베리 시장은 "새벽 추모 행사 직후에 이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면서 "아직도 이런 식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적절하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 슬프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도 "오늘(안작데이)은 다른 정치 의제가 아니라 오직 장병들을 위한 날"이라면서 "누구나 역겹게 여기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한 주민은 "자유를 위해 싸운 영웅들을 추모하기 위해 모두가 하나가 된 날에 이런 행위는 비겁할 뿐 아니라 모욕적이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제임스 쿡 페인트 테러
제임스 쿡 페인트 테러

 

2020년 6월 쿡 선장 시드니 동상 수모 재연 

2020년 6월에는 시드니 시내의 하이드 파크에 소재한 ‘호주 대륙 발견의 탐험가’ 쿡 선장의 동상이 3년 만에 다시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7년 미국에서 촉발된 ‘이것도 있소’ 캠페인의 와중에 발생한 미 남부연합 사령관 로버트 리 장관 동상 철거 캠페인의 불똥이 쿡 선장 동상으로 튀었던 데 이어 이번에는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의 슬로건을 내건 흑인차별 규탄 시위의 여파가 또다시 쿡 선장의 동상으로 까지 번졌던 것. 

2017년에는 “날짜를 고쳐라”(편집자 주: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는 제임스 쿡 선장의 호주 발견과 무관함)는 낙서식 문구가 동상의 현판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덧칠해진 바 있고, 3년 후에는 같은 동상에 “대학살은 긍지가 아니다”(No pride in genocide)라는 페인트 낙서가 가해졌다. 

당시 사건의 범인으로 20대 후반의 여성 2명이 체포돼 처벌을 받았다. 

이 가운데 한 명은 NSW주 녹색당 관계자로 확인됐다. 

이와 거의 동시에 서호주의 주도 퍼스에 세워진 제임스 스털링 선장 동상도 30살 남성에 의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진보진영은 공감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반대편에서는 “탈레반 같은 짓”이라며 “역사적 상징물은 다 제거하라는 논리다”라며 논박하고 있다. 
 
정치권 반응의 온도차  

여야 모두 이같은 동상 훼손 행위를 규탄하고 있지만 온도차는 확연하다. 

보수정당인 자유당 연립의 지도층 의원들은 일제히 “오스트레일리아 데이와 관련한 반달리즘은 용납될 수 없다”며 분개하는 분위기다. 

자유당 연립은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날짜 변경에 대해서도 매우 강한 반감을 보여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즉, 역사적 사실을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다시 쓰일 수도, 정정될 수도 없다는 입장인 것.  

자유당 연립 지도부는 “역사에 대해 건설적인 논의와 논쟁을 벌일 수는 있지만 역사 기념물을 훼손하고 파손하는 행위는 결단코 용납될 수 없으며 범인은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데일리 텔레그라프는 사설을 통해 “역사 기념물 훼손 행위는 사실상의 테러이며 일부 카운슬들이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를 부정하고 호주 시민권 수여식 행사를 거부한데서 촉발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 

반면 지난 2017년 당시 야당인 노동당을 이끌었던 빌 쇼튼 현 NDIS부 장관은 논란 대상의 역사적 기념물에 대해 추가 명판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빌 쇼튼 당시 노동당 당수는 “제임스 쿡 선장이나 라클란 맥쿼리 NSW주 총독의 명판 자체를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논란과 논쟁이 많은 만큼 다른 설명이 부가된 명판을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즉, ‘제임스 쿡 선장이 호주 대륙을 발견했다’는 서술은 분명 논란이 있다는 점을 시인했던 것.  

쇼튼 당시 당수는 “호주 역사는 분명 지난 1770년 쿡 선장 선단의 호주로의 항해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니다”라고 단정지었다. 

그는 “극소수의 인사들이 원주민 역사 인정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원주민 역사를 인정하는 것이 호주 전체 역사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역사 왜곡’ 논쟁의 출발점 

역사 왜곡 논쟁의 발단은 최근 ABC에서 사퇴한 원주민 출신의 방송인 스탠 그란트다. 

스탠 그란트는 지난 2017년 쿡 선장 동상에 새겨진 문구에 "1770년에 이 영토를 발견했다"는 것은 오류이며,  “원주민 역사에 대한 오류에 대한 거대한 침묵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촉구했다. 

그란트는 "쿡 선장이 우리 이야기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호주를 발견하지는 않았다"며 "이는 원주민들의 자존심을 크게 훼손하는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이 기술대로라면 쿡 선장 이전에 원주민들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는 항변인 것. 

그란트는 또 호주 전역에는 원주민을 강제로 몰아낸 사람들을 위한 기념비가 곳곳에 있으며, 이런 사실이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증오의 기념물들을 철거하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의 것에 눈을 감고 있다"고 강조하고 다만 쿡 선장의 동상이 철거되기보다는 관련 글귀가 교정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그란트의 주장에 대해 당시 말콤 턴불 연방총리는 즉각 “스탈린주의적 발상”이라며 “대다수 호주국민을 경악시키는 주장이다”라고 일축했다. 

말콤 턴불 당시 연방총리는 “인위적 역사 다시 쓰기 강요는 용납될 수 없다”면서 “제임스 쿡, 아서 필립 선장을 포함 초기 개척자들의 동상 및 기념물은 호주 역사의 중요한 일부”라고 공박했다. 

그는 “이러한 역사를 수정 혹은 삭제하는 것은 과거 자체를 전면 부인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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