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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으로 한복의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디자이너 이채연

호주에서 태어나는 ‘한복 인형 모델’

한민족 축제에서 관람객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것이 있다. 바로 한복을 곱게 입은 인형. 헝겊과 솜을 이용해 아름다운 사람인형을 만드는 ‘드레스 인형’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여러 종류와 형태의 인형이 있지만 그중 따스함이 있는 헝겊인형은 오랜 세월 사랑을 받고 있다. ‘드레스 인형’은 여성의 아름다운 바디를 표현 할 수 있고 인형을 넘어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느낄 수 있어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강좌 및 자격증 과정도 있을 정도.   

인형으로 한복의 아름다움을 호주에 전하고 있는 이채연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통을 담은 ‘드레스 인형’

이번 행사에는 조선시대 신분과 직업에 따른 한복인형을 테마로 전시됐다.

기생과 악공, 풍물패, 서당 훈장어른과 서책을 든 도령, 포졸과 군관, 전통혼례 등 다채로운 인형들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채연 씨는 2010년 부터 한민족 축제에 드레스 인형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화려한 색상의 한복을 입은 인형들을 선보였지만 이후 혼례나 탈춤, 부채춤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한국의 전통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행사 당일 현지 분이 한국 드라마에서 본 한복과 유사하다며 질문을 하기 시작했고, 조선시대 테마인 만큼 역사적인 내용도 숙지했던  터라 답변을 해주었다. 이에 관람객은 “예를 중시하는 사대부의 나라,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대해 좀 더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감사하다”고 전했다며,이런 순간들이 인형을 만들면서 느끼는 보람된 순간이라 그는 말한다.

시드니에서 이채연씨는 2015년 이주해 현재 아들레이드에 거주중이다. 올해 열린 ‘한민족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잠시 시드니에 방문한 것. 2017년에는  처음 아들레이드에서 열리는  ‘Korean culture and food festival’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당일 한글학교에서 마련한 한복 입어보기 체험행사와 같이 인형을 전시했다.  한인커뮤니티에서 “바쁘고 고단한 이민 생활 속에서 잊고 사는 한국의 전통의 자부심을 느낄수 있는 인형이라며 한국 식당과 상점 등에 전시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어 너무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드레스 인형’ 만남

이채연 씨가 호주에 이민 온 지 10여년쯤 시간이 지나고 있다. 현재 차일드케어 센터에서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다.

호주에 오기 전, 어른이 되어갈수록 친척 결혼식이나 되어야 한번 입을까 말까 하는 한복 하나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큰맘 먹고 상점에 들려도 내 맘에 쏙 드는 한복 한 벌을 사기란 쉬운 것이 아니었다. 직접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찾아간 문화센터에서는 한복은 비인기 강좌여서 수업을 들으려면 수강생이 모일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발길을 돌리다 우연히 문화센터 유리상자 안에 한복을 입고 전시되어 있는 ‘황진희 인형’을 보게 됐다.

그렇게 드레스 인형과의 첫 만남이 시작됐다.

드레스 인형중 가장 인기있는 것은 레이스 가득한 유럽풍의 인형이다. 하지만 마음이 더 끌리는 것은 한복을 곱게 입은 인형이었다.

조금씩 한국의 고유의 옷과 색 그 안에 담겨 있는 의미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호주에 오게 되면서 배울 수 있는 곳도 없을 뿐더러 재료를 구하는 것 조차 쉽지 않아 한복을 디자인하고 인형 패턴으로 만들어 입히는 작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기 시작했다. 

‘드레스 인형’ 제작과정

이채연 씨가 만드는 ‘드레스 인형’은 두 겹의 헝겊 안에 솜을 채워 넣어 몸을 만들고 그 위에 옷을 입히는 방법의 인형이다.

인형을 만들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자료 수집이다. 인형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누구라도 쉽게 보고 이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형을 만드는 목적이라 말하는 그는 최대한 정확한 자료를 수집하고 표현하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풍물놀이패를 인형으로 만든다면, 사진과 영상을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대상을 관찰하고 학술자료를 통해 의상에 대해 연구한다. 해당 놀이패에 필요한 인원은 12명정도, 농기수, 영기수, 태평소, 상쇠, 부쇠, 장구, 북, 징 그리고 상모를 돌리며 소고 춤을 추는 네 명으로 정하면, 이들에게 필요한 각자의 의상과 악기, 그 밖의 소품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나열 해 본다.

놀이패 중에서도 각 인물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 할 수 있는 동작도 이때 정한다. 상모를 돌리는 자는 고개가 측면을 향할 것이고 한 쪽 무릎은 앉은 상태로 시선의 정 반대편에 소고와 채를 잡은 손이 위치해야 한다. 의상은 모두 통일되게 입히지만 악기에 따라 고깔을 씌우거나 상모를 씌운다. 풍물놀이패의 의상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통적으로 다섯 가지 오방 색을 입는데 우리 민족을 뜻하는 흰옷바탕에 북쪽을 뜻하는 흑색 더거리를 걸치고, 동쪽을 뜻하는 청띠, 중앙을 뜻하는 황띠, 그리고 남쪽을 뜻하는 홍띠를 한다.

수집한 자료에 따라 인형의 전체적인 이미지와 의상의 디자인이 확정되면 인형의 몸통을 만들기 시작한다. 생각한 동작대로 머리, 몸통, 양팔과 다리를 패턴으로, 패턴을 다시 천에 옮겨 그린 후 두 겹의 천을 박음질 하여 뒤집고, 그 안을 솜으로 단단하게 채운다. 그리고 각 팔 다리부분을 동작에 맞게 몸통에 연결한다.

 

역사적 고증 드레스 인형

어찌 보면 참 고루하고 어려운 작업들이 지나고 인형의 바디를 안정적으로 만들고 나면, 이제부터 손은 바빠지게 되지만 즐거운 시간이 찾아온다. 바로 한복을 만드는 작업.

여자 인형에게 한복을 입힌다면 속곳바지, 속치마, 겉치마, 저고리 또는 당의, 그 위에 활옷, 적의, 원삼 등의 옷의 패턴을 인형 사이즈에 맞게 그린다. 이 작업에서 실패를 거듭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보편화 되어있는 인형 패턴도 없고 인형의 자세에 따라서 옷의 사이즈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

인형의 한복도 일상의 한복처럼 안감과 겉감 두 겹으로 만들어, 안감의 색이 겉감에 비쳐 원색보다 더 다양하게 표현 할 수 있다. 여러 개의 다른 색의 조각 천을 박음질하여 이어 붙이는 색동저고리는 어린아이를 표현할 때 쓰고, 금박 또는 은박을 씌워 호화스런 궁중의상을 표현하며, 꽃 수를 놓아 여인의 화사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특별히 자주색은 혼인한 여성을 뜻하는 색으로 저고리의 깃이나 고름 소매 등에 쓰였고, 금색으로는 궁궐에서도 왕과 왕비의 옷에 수 놓을 때 사용됐으며, 은색은 왕의 비나 후궁의 옷에 사용 함으로써 색으로 차이를 두어 왕의 권위를 세웠다.

이채연 씨는 인형한복으로 대부분 양단이라는 옷감을 쓰는데 비단처럼 고급스러운 궁중한복과 양반의 한복을 표현하기 적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양단은 바느질 할 때 다루기가 쉽고 색감의 채도가 높지만 옷감이 두꺼운 편이고 신축성이 거의 없어 한복 저고리의 소매, 깃, 동정, 옷고름 등 좁은 부분을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한복은 양복과 다르게 평면적으로 재단하여 만들지만, 인체에 맞도록 주름을 잡고 끈으로 고정하여 입체적인 형태를 보인다. 이것이 세계인을 매료시키는 우리의 전통 한복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복은 옷 자체에 여유분의 치수를 둔다. 바지의 마루폭 이외에 하체 활동에 필요한 여유분이 있어서 편안함을 갖게 하고, 무릎아래에는 행전을 착용하여 활동성을 높이도록 했다. 치마의 경우도 겹겹의 주름을 잡아 풍성하게 만들고 가슴부분을 끈으로 조여 몸과 고정되도록 한다. 저고리와 바지, 저고리와 치마, 상하의로 분리되어 있어 입고 벗기에 불편함이 없고, 오히려 움직임에 여유가 있다.

 

전통 미()를 품은 드레스 인형’

한복 선의 아름다움 또한 빠뜨릴 수 없다. 저고리의 배래선과 도련의 부드러운 곡선과 동정의 예리한 직선이 조화를 이룬다. 현대인이 이런 한복을 입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하는 것은 우스운 모습이라 생각 할 수 있지만, 넉넉한 품에 색과 선의 조화를 이루는 한복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변화 해 온 각 시대의 신분뿐만 아니라 우리내의 정서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인형한복에도 이와 같은 작업은 필수로 넉넉한 품과 단정한 선을 표현하기 위해 몇 번이고 수정 작업이 들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형에 치마와 저고리를 입히고 옷고름을 여미고 나면 목과 머리를 바느질로 연결한다. 머리카락은 털실로 만들어 주는데, 성별과 혼인여부에 따라 다른 머리모양을 하고 필요에 따라 모자를 씌워 준다. 남자의 머리는 길게 땋아 내리든지 상투를 틀어 올리면 그만이지만, 여자의 머리는 길게 하나로 땋기도 하고, 쪽을 지어 올리기도 한다. 그밖에 어여머리, 떠구지머리, 새앙머리, 얹은머리 등으로 다양하고 그에 따라 첩지, 비녀, 배씨댕기, 뒤꽂이, 족두리 등 장신구를 한다. 뿐만 아니라 ‘익선관’이라는 왕의 모자는 매미의 다섯가지 덕목, ‘열심히 배우고, 깨끗하며, 염치를 알고, 검소하며, 신의가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오덕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잊지 말라고 왕이 신하들과 집무시에 착용 했다고 한다. 이런 모든 것들이 각 시대에 따른 복잡한 신분구조와 자신의 가치와 부를 과시하고자 했던 모습을 보여주므로 최대한 세밀하게 묘사 하도록 하고 있다.

이후 눈을 그려 각자의 표정을 살리고 머리를 완성 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인형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 할 수 있는 소품을 준비하는 것이다. 서당에서 공부하는 도령의 손에는 서책을 쥐워 주고, 양반님 손에는 담배를, 호위무사에게는 검을 들게 하고, 악공에게는 대금을, 화장하는 기생에게는 경첩을 만들어 준다.

이채연 씨는 대부분의 소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인형소품을 만들 때는 주위의 평범한 사물을 다르게 보는 예리한 눈이 필요하다. 크고 작은 병뚜껑이 사물놀이의 악기, 징, 꽹과리, 소고가 되고, 이쑤시개는 중전마마의 비녀가 되고, 나무 젓가락은 군관의 무기가 되고, 팔찌의 작은 구슬은 양반의 갓끈이 되어야 하기 때문. 인형의 크기에 딱 맞는 소품을 인터넷으로 구매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 이기는 하지만, 손가락 한 마디밖에 되지 않는 소소한 옛 물건들을 재현 하는 것이 그에게는 크나큰 즐거움이 된다고.  

모든 재료들이 갖추어 졌다고 가정하에 인형 하나를 완성 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하루가 꼬박 걸리는 작업이다.

“한복은 고가이기도 해서 잘 접해볼 수 없고 전통한복은 박물관에 가야만 볼 수 있지만 인형을 통해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작은 공간에서 많은 이들에게 보여 줄 수 있어 보람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인형으로 한복의 미를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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