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۰ 가정폭력법 품고 북한인권 문제 넘나든다”

북한법 영어번역 사이트 www.lawandnorthkorea.com 개설

 

세계변호사협회의 ‘올해의 젊은 변호상 상’ 상패를 들고 포즈를 취한 강다예 법정변호사
세계변호사협회의 ‘올해의 젊은 변호상 상’ 상패를 들고 포즈를 취한 강다예 법정변호사

“북한인권문제, 저에겐 새로운 차원의 정체성 안겼죠”

걸어오니, 여기다. 그리고 일은 커졌다.

멜버른에서 활동 중인 호주한인동포 강다예 법정 변호사는 지난 해 세계변호사협회(IBA)가 수여하는 ‘2020년 올해의 젊은 변호사 상’을 받았다.

모나쉬 법대를 최우수로 졸업했지만 이 길이 아닌 거 같아 법정에 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오니 법정 앞이었다.

박사 과정으로 ‘성폭력과 가정 폭력에 대한 회복적 정의’에 대해 연구를 하며 동시에 한국의 북한인권시민연합과 함께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한법을 영어로 번역하는 웹사이트 ‘Lawandnorthkorea.com’를 직접 만들어 운영도 하고 있다. 그 사이 법정 변호사로서의 자격도 갖춰, 현재 경험을 쌓고 있는 중이다.

이젠 이곳에서 그녀의 길을 제대로 열었다. ‘올해의 젊은 변호사 상’은 그래서 더욱 특별했다.

그녀가 걸어온 길에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세계변호사협회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인 ‘성폭력과 가정 폭력에 대한 회복적 정의’에 대한 강 변호사의 열정을 높이 샀고, 북한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범죄 피의자에 대한 책임 추궁 등 북한 인권과 관련 그녀의 기여도를 인정했다.

특히 북한법을 영어로 번역한 웹사이트는 인권에 관한 국제 규약에 공유되고 또, 학술 논문에도 인용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강다예 변호사는 호주 이민 2세대다. (호주에서 태어나 뉴질랜드에서 살다 다시 호주로 왔다.)

호주, 한국 그리고 북한까지, 그녀의 길 안에 존재하고 있다. 이민 2세대여서 겪은 혼란도 있지만 또 그래서 얻은 선물도 있다. 멜버른에 있는 강 변호사에게 수상 소감부터 물었다. 이민 2세대로서 그가 겪은 경험, 나누고 싶은 조언,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됐다.

끝없이 고민하며 법전을 파고든다. 하지만 그는 늘 새로운 마음으로 기쁨을 앞세운다. 북한인권 문제 역시 성폭력, 가정폭력 분야에 이은 그의 새로운 영역이다.
끝없이 고민하며 법전을 파고든다. 하지만 그는 늘 새로운 마음으로 기쁨을 앞세운다. 북한인권 문제 역시 성폭력, 가정폭력 분야에 이은 그의 새로운 영역이다.

-세계변호사협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젊은 변호사’ 상을 지난 해 11월 받았다. 그때 기억을 되짚어보면. (1947년 설립된 세계변호사협회는 170여 개국에 걸쳐 세계 유수의 로펌, 변호사 협회 및 법률 협회 등 8 만 명 이상의 변호사들로 구성돼 있다.)

손발이 덜덜 떨리고 이메일을 몇 번이고 읽어봤다. 별 생각 없이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지원했는데 막상 수상 소식을 듣고 나니 발표 전 2개월은 꿈꾸는 느낌이었다. 협회와 이메일을 주고받고, 삼중으로 포장된 트로피도 배송 받고 주위 분들께 살짝 얘기해 드렸더니 수상 발표 전에도 인터뷰와 강연 요청이 들어오면서 뭔가 크게 터지겠다는 직감이 왔다. 발표 후로 달라진 게 있다면 제 일에 관심을 더 받게 된 것이다. 여전히 떡볶이 좋아하고 일 열심히 하는 평범한 청년이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광범위하게 인권 계열에서 일하고 싶었다. 호주 법대생들은 꽤 높은 비율로 인권변호사가 되고 싶어 하는데 저도 그 중 하나였다. 사회적 문제에 대해 많이 읽고 봉사활동이나 시민단체에서 인턴도 해봤다. 한국 여행 도중에 북한인권시민연합을 만나게 됐고 그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셔서 지금도 같이 하고 있다. 여기서 돌아보니 이 길이 제게 주어진 것 같지만 제가 사회에 첫발을 디딜 땐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들었다.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신 좋은 분들이 주위에 계신 걸 보면 제가 인복이 많은 거 같다.

 

-한국의 북한인권시민연합과 함께 유엔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이은 후속 작업 등 북한 인권에 관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북한법을 영어로 번역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경험들이 남다를 것 같다.

일이 정체성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한 평생 외국에서 자란 교포로서 한국 단체와 일을 할 수 있고 모국의 미래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 정체성에는 새로운 차원이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속 이 방향으로 직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처음엔 주어진 일만 성실히 하려고 했는데 이제 이 분야에 대해 쌓은 경험으로 뭘 더 할 수 있는지, 더 성장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북한 법령 번역도 벌써부터 인용되고 있어 1차 번역 작업이 끝나면 이걸 기반으로 북한법에 대한 분석을 하고 싶다.

 

-세계적으로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미 미국과 일본에선 ‘북한인권법’이 제정돼 있다. 호주에서도 관심이 높다. 마이클 커비 전 호주연방대법원 판사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어떤 방향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보는가.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책임규명이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서 국제범죄가 일어났다고 결론을 내렸으니 이 분야의 현재 목표는 피해자들과 협력해서 가해자들을 밝혀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조사하는 것이다. 국내법에 따라서도 이 조사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민 2세대 강다예 법정변호사는 호주에서 태어나 뉴질랜드에서 자란 후 호주로 돌아왔다
이민 2세대 강다예 법정변호사는 호주에서 태어나 뉴질랜드에서 자란 후 호주로 돌아왔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는, 한국의 통일법제데이터베이스에서 북한법령을 찾아 영어로 소개하고 있다. (굉장히 필요했던 작업이다.) 세계 많은 법학자들, 시민단체들이 관심을 보일 것 같다. 북한법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했다. 현재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

3할 밖에 못 끝냈다. 올해 안에 끝내고 싶은데 마음처럼 안 될 것 같아 걱정이다. 독일 통일도 그렇고 소련 붕괴 후 독립한 국가들에게서도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공유 받을 수 있는 경험이 많은데 주로 영어로 소통이 이뤄진다. 법체계에 대해서도 나눌 지식이 많을텐데 영어로 번역하는 이 작업을 지금 해 놓으면 나중에 요긴하게 쓰이지 않을까 해서 시작한 일이다. 인권에 관한 국제 규약에 공유되고 또 학술 논문 등에도 인용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와 뿌듯하다.

 

-향후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계획은.

법정변호사로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북한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 규명에 대해 인권운동가가 아닌 ‘변호사’로 돕고 싶다.

 

-‘성폭력과 가정 폭력에 대한 회복적 정의’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성폭력과 가정 폭력은 현재, 여전히, 어디서든 일어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또 실질적인 대책 방안이 궁금하다.

‘회복적 정의’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라 호주의 상황을 위주로 전세계의 회복적 정의 프로그램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성폭력과 가정 폭력은 가해자가 원하는 때와 장소에서 일어나는 만큼 그 빈도가 높고, 가해자가 많다.

이민자로서 동양인으로서 알게 모르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살아간다. 서로를 지켜줘야 한다. 공적인 장소에서 일어나는 무심한 성차별적 말이나 아동에게 언어적 폭력을 행하는 것에 대해 지적하는 사람들이 늘수록 성폭력과 가정폭력을 정당화하는 핑계가 없어진다. 사적인 장소에선 자신이 어떤 권력을 갖고 있는지 똑바로 바라볼수록, 또 그래야 제일 아끼는 사람들을 더욱 존중하게 된다. 힘 있는 내가 나서지 않으면 세상은 안 바뀐다. 자신의 성별과 상관없이 여성을 비하하는 말을 하게 되면, 듣는 여성들은 내가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고, 듣는 남성들은 나도 저런 말을 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그에 따르는 행동을 하게 된다. 나로 인해 사회속으로 독이 그렇게 조용히 전파된다.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민 2세대 강다예 법정변호사는 호주에서 태어나 뉴질랜드에서 자란 후 호주로 돌아왔다
이민 2세대 강다예 법정변호사는 호주에서 태어나 뉴질랜드에서 자란 후 호주로 돌아왔다

-이민 2세대다. 1세대와는 또 다른 지점에 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호주인, 한국인에 대한 정체성 혼란도 겪었을텐데, 어떻게 이겨냈는지 궁금하다. 한인 청소년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나 역시 많은 혼란을 겪었다. 다만 혼란 속에서도 분명한 것은 내 정체성은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뚱카롱과 다꾸 좋아하는 다짱’과 ‘국제인권변호사 다예 강’과 ‘한국어가 어눌하게 들릴까 전화보다는 이메일로 인터뷰를 수락하는 다예’는 공존한다.

청소년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부모님은 (자녀가) 기회가 더 많은 환경에서 더 좋은 인생을 찾으라고 (고생을 감내하고) 이민을 결정하셨다.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높은 기대치를 가질 수 있다.

다만 부모님을 실망시키려면 일찍 그러는 게 낫다. 대신 실패에 대한 불안과 꿈의 크기에 비례한 노력은 나의 몫이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꿈을 찾을 시간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찾을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부모님께 보여드리면 된다.

자신에게 제일 적합한 기회를 찾아내 자신의 기준으로 더 좋은 인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은 자연스럽게 빚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법정 변호사가 되기까지 가장 어려운 점은? 영어를 더 잘 하기 위해서 또 다른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다. 

자신에게 한계가 있다는 편견을 혼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어려운 점이었던 거 같다. 주위에 롤모델이 없어서 안일하게 ‘내일까지 살아남기’만 추구했는데, 시야가 더 넓은 분들이 도와 주셔서 더 큰 꿈을 꾸게 됐다. 법정 변호사가 되는 것도 다른 분의 제의였고 같이 일했던 판사님의 격려로 시험을 보게 됐다. 저도 이렇게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지금은 적극적으로 법대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하고 있다. 제 한 마디에 학생들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느끼고 한 마디라도 더 따뜻하고 긍정적이게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실질적으로 도와주기도 한다.

특히 제가 (영어를 비롯해) 학업에 몰두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부모 가정임에도 부족함 없이 사랑과 응원을 듬뿍 받아서다. 할머니는 매일 유기농 계란으로 아침을 해 주셨고 엄마는 제가 법정 변호사 시험 준비를 할 때 먹고 싶다는 건 다 집에서 만들어 주셨다. 옆에서 늘 저를 전적으로 믿고 응원을 해 주셨던 것이 큰 힘이 됐다. 언어에는 항상 관심이 있었다. 믿음을 주셨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제가 공부할 영역을 결정하고 풀어나갈 수 있었다.

 

-본인에게 호주, 한국, 북한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다 깊은 상처들이 있다. 한반도는 말할 것도 없고, 호주도 원주민 학살이 있었고, 오늘까지 이어지는 탄압을 인정하지도 않는 이들도 많다. 이럴수록 한반도와 호주를 다 이해할 수 있어서 장점이라 생각한다. 한 쪽에 대한 지식이 늘 수록 다른 사회적 이슈에 빗대어 보면 이해력이 배로 는다. 예를 들어 언어와 이름까지 빼앗긴 일제 강점기를 되돌아보면 호주 원주민들이 각 부족의 어른들과 함께 고유 언어와 관습을 지켜내려는 노력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최근 새로 생긴 목표가 있는가.

도움없이 턱걸이하는 것을 성공하고 싶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이 건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커리어를 더 성장시키려면 (이제 30대에 접어드는 시점인 만큼) 20대의 넘치는 에너지와 함께 켜켜이 쌓이는 근력, 지구력, 정신력이 든든한 뒷받침이 돼 일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좀 더 성숙한 제가 됐으면 한다.

윤성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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