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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서 만끽하는 고국의 진한 맛] 제3부: 값싸고 푸짐하게 즐기는 소갈비의 감칠맛

 

와규의 조상! ‘제주 흑우’…세계 최고의 독특한 맛

제주 흑우는 섬 밖으로 반출이 안 되는, 한때 멸종위기였던 토종 한우 품종이다.

육질이 특히 부드럽고 고기 맛이 우수해 고려, 조선시대 진상품으로 공출됐다.

일제강점기 때는 그 맛에 반한 일본이 제주흑우를 본국으로 가져가 지금의 세계적 명품인 ‘와규’를 육종한 반면 국내에선 그 우수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1980년대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멸종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1993년이 돼서야 복원과 증식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2012년 UN 식량농업기구(FAO)에 등록됐고, 2013년에는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된데 이어 슬로푸드(편집자 주: 지역 특성에 맞는 전통적이고 다양한 식생활 문화를 추구하는 국제운동) 국제대회에서 ‘맛의 방주’에 등재되면서 국내외적인 관심이 높아졌다.

국내외의 음식 평론가들은 “소금기를 머금은 제주 해풍을 맞고 자라 담백하면서도 매우 고소하다”며 제주흑우를 평가한다.

<숯불 흑우 생갈비>

한 셰프는 “고기가 찰지면서도 부드럽고 약간 과일향 같은 기분 좋은 향이 난다”며 “특히 지방부분은 빵에 발라 먹고 싶은 버터같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제주흑우는 맛이 특히 부드럽고 지방부분의 풍미가 깊고 고소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곡물보다는 풀을 주로 먹이기에 맛이 담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제주흑우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아무튼 여느 한우와는 색도 다르다.

등급이 높은 한우라면 으레 있기 마련인 새하얗고 실핏줄처럼 가는 마블링이 눈에 띄게 적다.

흑우는 일반 한우와 다르게 살과 지방이 분리된다고 하며 그런 이유로 담백하고 고기 특유의 찰진 식감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일부 학자들은 와규의 조상이 제주 흑우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제주 향토사에 따르면 1924~25년에 제주 흑우 201마리가 일본에 건너갔다.

영남대 생명공학과 김종주 교수는 “육지의 한우, 제주 흑우, 울릉도 칡소와 일본 와규 품종, 서양 소 품종들의 유전적 진화트리를 분석한 결과 제주 흑우엔 독특한 유전적 특성이 있다”며 “일본 와규는 흑모색과 갈색으로 나뉘는데, 제주 흑우는 흑모색 품종과 유전적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아무튼 제주 흑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주 흑우 특선 요리도 계속 선보이고 있어 미식가들의 군침을 자아내고 있다.

 

 

진짜 갈비 원조 ‘포천이동갈비’

대한민국 경기도 북부의 도시 포천.

산천경개(山川景槪-자연의 경치) 좋은 이곳은 갈비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포천 하면 이동갈비, 이동갈비 하면 포천이 선뜻 떠오른다.

그만큼 이동갈비는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다. 양질의 소고기를 값싸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고장.

특히 주말이면 이동갈비의 본향인 이동면 일대는 갈비의 맛과 자연의 멋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더욱 북적거린다.

갈비숯불실실이 석쇠  그리고 밑반찬

검은 참숯에서 잉걸불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빨간 불꽃과 함께 번지는 뜨거운 열기.

화로에 놓인 사각의 실실이 석쇠에 맛깔스러운 소갈비가 얹혀진다. 숯불과 갈비의 절묘한 만남!

직화로 빠르게 익어가는 고기의 향이 구수하게 콧속을 파고든다. 집게로 갈비를 뒤집는 손길에 신바람이 난다. 그 사이, 숯불과 구이에서 뿜어져 나온 하얀 연기는 숯불 위 공중에 매달린 동그란 덕트 속으로 훌훌 잘도 빨려 들어간다.

갈비가 구워지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돈다. 갖가지 풍성한 반찬들이 시립(侍立)하듯 밥상에 펼쳐져 있다.

여기다 토속의 이동막걸리 한 잔 걸치면 금상첨화!

식당 밖 실개천 너머로 인공폭포수가 높다란 산 절벽으로 하얗게 쏟아져 내리고 소나무와 단풍나무는 따뜻한 봄바람에 춤추듯 살랑살랑 흔들린다.

심신이 홀가분해지는 오감 만족의 시간이 아닐 수 없다.

 

  50 전통의 포천 대표 음식

 포천의 명산인 광덕산(해발높이 1천46m)과 백운산(904m), 각흘산(838m)에서 발원한 계곡물이 만나 영평천을 이루며 이동면 소재지를 관통해 흐른다. 영평천은 한탄강의 지류 중 하나. 개천을 따라가노라면 면 소재지와 백운계곡 사이에 줄줄이 늘어선 갈비식당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할머니갈빗집, ○○갈비, 원조○○갈비 등 이름도 다양하다. 포천이동갈비촌을 중심으로 이 일대에서 성업 중인 갈비전문식당은 20여 곳.

이동면 인구가 6천여 명인 점을 감안하면 식당 수가 꽤 많다 싶다.

깊은 두메산골이 소갈비 요리의 본고장으로 떠오르게 된 연유는 뭘까? 포천시에 따르면 이동갈비가 태동한 때는 1950년대 후반이었다. 휴전선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일동면과 이동면 일대에 군부대가 밀집해 있는데 이곳 군인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 있었다. 값싸고 흔한 돼지갈비였다. 그것이 점차 소갈비로 바뀌면서 장교들의 회식 메뉴는 물론이고 병사들의 면회음식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못한 군인을 주 대상으로 한 만큼 초창기엔 갈비의 양이 많되 값은 싸야 했다. 이에 맞춰 갈빗대를 잘게 자른 이른바 '쪽갈비'가 등장했다.

작은 갈빗대에 소고기 살을 이쑤시개로 꽂아 이은 10대를 1인분으로 내놓음으로써 식욕이 왕성한 군인들에게 포만감을 안겨줬다. 여기에 특유의 양념을 개발해 첨가함으로써 장병들은 물론 면회객들의 미각을 사로잡았다.

이동갈비가 대중적 사랑을 받은 것은 1980년대부터란다. 1976년 포장도로가 생기고 80년대 들어 등산객과 관광객이 많이 증가하면서 이동갈비는 일반인들을 주 소비자로 하는 지역대표음식으로 부상했다.

30대 나이 때부터 갈비 식당을 운영했다는 '원조 이동 김미자 할머니 갈비'의 김미자(84) 할머니는 이렇게 회고했다. "배고프던 시절이었지. 그때는 군인들을 상대로 장사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양이 많아야 했어. 이동갈비가 이만큼 유명해진 것은 다 군인들 덕분이야!"
 

전성기였던 1980년대의 이 지역 갈비식당은 30여 곳에 달했다. 경제발전으로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고 여행이 일상화하면서 이동갈비를 찾는 외지 손님들의 발길도 대폭 늘었다. 이동갈비 식당들은 기존의 분량 중심에서 양과 질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으로 선회하며 시대 흐름에 부응했다.

하지만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등의 영향을 받아 지금은 예전보다 식당 수가 다소 줄었다. 포천이동갈비협회 김영일 회장은 "현재 우리 면에 21곳의 식당이 운영 중"이라면서 "업체들은 고급육을 사용하되 갈비의 양과 값을 최대한 차별화해 고객 기대에 부응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갈비 '담백' vs 양념갈비 '구수'

 다른 지역의 갈비 요리가 그렇듯 이동갈비도 생갈비와 양념갈비로 크게 나뉜다.

생갈비는 소고기 원자재를 그대로 사용해 특유의 질감과 맛을 느끼게 한다. 반면에 이동갈비의 진미인 양념갈비는 참기름, 배, 조청, 마늘, 파 생강 등 각종 재료로 만든 양념으로 숙성시켜 달콤함 등 다양한 맛을 낸다.

'이맛갈비'의 김승겸(28) 매니저는 "손님 열 분 중 아홉 분이 찾으실 만큼 양념갈비의 선호도가 무척 높다"면서 "이 때문에 이동갈비라고 하면 양념갈비부터 떠올리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양념갈비 맛은 식당마다 다소 차이가 난다. 양념과 숙성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기름기를 제거한 생갈비에 간장을 비롯해 생강, 마늘 등 채소류와 사과, 배, 키위, 파인애플 등 과일류를 중심으로 20가지 안팎의 각종 재료로 만든 양념을 넣고 3일가량 재어 숙성시킨다. 갈비 맛이 부드럽고 달콤한 것은 고기에 깊이 배어든 숙성 양념 덕분이다.

갈비의 맛과 식감을 더해주는 또 다른 비결은 굽는 재료와 방법. 이동갈비 식당들은 대부분 참숯과 실실이 석쇠를 이용한다. 참숯은 열량이 높아 짧은 시간에 갈비를 구워낼 뿐만 아니라 갈비 냄새도 말끔하게 없애준다.

실오라기를 이어놓은 듯한 실실이 석쇠는 열전도 방식의 구리 석쇠나 '스텐'(스테인리스강) 석쇠와 달리 대류 복사 방식으로 구울 수 있어 고기의 안팎이 잘 구워진 갈비의 맛을 느끼게 한다.

직화구이 방식의 실실이 석쇠를 사용하면 숯불과 갈비 육즙이 조화를 이루면서 소고기 본연의 맛을 향유케 한다.

 

생갈비 먼저, 양념갈비 먼저…?

생갈비의 경우 고기가 금방 익기 때문에 센 불로 살짝 구운 뒤 얼른 꺼내 먹는 게 좋단다. 따라서 잘 타지 않아 여러 대를 동시에 올려놓고 구워도 되는 양념갈비와 달리 생갈비는 한 대씩 올려놓고 그때그때 먹으면 식감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양념 유무 등의 차이만큼 생갈비와 양념갈비는 먹는 방법에서 약간 다르다. 생갈비의 경우 적절히 잘 구워서 소금에 찍어 먹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야 담백한 소고기의 본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양념갈비는 파채나 양파 등과 함께 먹을 때 식감이 더 높아진다.

생갈비와 양념갈비를 동시에 시켰다면 생갈비를 먼저 먹고 그 다음에 양념갈비를 먹어야 맛의 담백함과 구수함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밑반찬으로는 도토리묵, 비트무, 무동치미, 냉이나물, 게장, 양파초절임 등이 다채롭게 놓인다. 상추, 마늘, 쌈장도 상차림에 동참한다.

 후식으로는 동치미 냉면이나 국수 또는 공깃밥에 된장찌개가 나오곤 한다. 특히 냉면과 국수는 기름진 고기의 맛을 개운하게 해주는 별미다. 기온이 내려갈 때는 따끈한 된장찌개를 찾는 손님이 늘어난다. 이동갈비를 먹을 때 이동막걸리도 한 잔 곁들여주면 금상첨화다. 한 혈육의 형제처럼 둘 다 이동면에 뿌리를 두고 있어 미각의 친숙함이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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