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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운 감독 “나의 로망이자 투쟁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소공녀(microhabitat) : 나의 안식은 자유에 있다

전고운 감독 “나의 로망이자 투쟁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미니멀라이프, 욜로, 소확행. 모두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들이다. 작지만 큰 행복 또는 그런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젊은 세대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나타내는 징표이기도 하다.

젊은 세대의 미니멀라이프 등의 추구에는 경제적 가난이 전제돼 있다. 그들은 자신의 경제적 여건에 맞게 생활한다. 기업들은 그들의 어려운 삶을 미니멀라이프 등과 같은 아름다운 트렌드 용어로 포장한다.

영화 <소공녀>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블랙코미디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회 현실을 반영한 영화를 통해 현재 대한민국 젊은 세대가 처한 어려움에 그리고 싶었다고 전고운 감독은 말한다.

2018 호주 영화제 폐막작으로 영화 <소공녀>가 선정됐다. 18일 덴디시네마에서 진행된 2018 호주 한국영화제 폐막식에 참석한 전고운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공녀>(2017)는 건국대학교 영화·애니메이션학과에서 영화를 공부한 전고운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족구왕>(2013), <범죄의 여왕>(2015)을 만든 광화문시네마의 작품이다.

 

"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이 있어"

"술과 담배를 사랑해"

 

30대가 넘고 나니 새삼 우리 사회가 너무나 살기 힘든 구조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집값은 너무 비싸서 아무리 모으고 모아도 집 구하긴 힘들고, 어느새 친구들은 다 사라지고. 제 고민들을 한 데 모아 재미있게 풀어보려고 했죠”

주인공 미소(이솜)는 3년 차 가사도우미다. 퇴근 후 위스키 한 잔, 담배 한 모금,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다면 그녀는 행복하다. 하지만 해가 바뀔 때마다 그 행복에는 조금씩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한다. 수입은 그대론데 집세와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결국 미소는 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하는 대신 집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영화는 미소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 모두 안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 무언가를 하나씩 포기한 인물들이다. 더 큰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링거까지 맞아가며 일하는 문영(강진아), 시댁 식구 눈치를 보며 사는 현정(김국희), 아파트 대출금에 쩔쩔 매는 대용(이성욱), 늦은 나이에 부모님께 얹혀사는 록이(최덕문), 부자 남편의 비위를 맞추느라 진짜 자신의 모습을 숨기는 정미(김재화)가 그들이다.

하지만 이는 비단 영화 속에서만 등장하는 인물들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젊은 세대는 극중 인물들의 삶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사실 한국뿐만 아니라 나날이 오르는 집값으로 삶을 허덕이는 전세계의 젊은 세대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당일 관객들과의 대담의 시간에도 호주 현지 관객들도 영화의 내용에 많은 공감을 표했다. 젊은 세대는 어쩌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 <소공녀>는 무거운 주제 의식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가벼운 듯 그려냈다. 전고운 감독은 문제의식을 가지되 강하지 않게 은은한 표현방식을 통해 신선하고 세련되게 보여 많은 대중과 소통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당신은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이 시대 청춘에게 던지는 우문

 

“캐릭터의 출발을 돌아보면 바로 나 인 것같습니다. 보다 좋은 집에서 살기 위한 목표가 있었고, 그래서 소비하는 것을 참고 안 먹고, 안 사는 데 익숙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살다보니 스트레스가 심했던것 같아요 미소는 나와 정확히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였습니다. 영화가 상영되고 주변의 친구들 모두가 나와 같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미소라는 캐릭터에 매료되는 것 같습니다”:

집, 직장, 남편 같은, 또래의 여성에게 당연히 부과되는 ‘해야 할’ 것들에서 벗어난 미소의 선택을 통해서 전고운 감독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성이 처한 현실 그리고 젊은 세대의 현재를 보여주고자 했다. 긍정적인 캐릭터와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더해진 결과, 영화는 갑갑한 현실에 갇히는 대신 차별화된 시각을 제공해준다.

미소는 머리색을 침범하는 새치를 막아내기 위한 한약을 꼬박 챙겨 먹지만 그것 마저도 살 수 없는 그녀는 흰머리를 날리며 거리에 남는다. 어둠이 드리운 도시, 그 강변 둔치에 오도카니 불 켜진 미소의 텐트가 보인다.

미소가 흰머리가 되는 설정도 비주얼적인 측면이 컸다. 여성 캐릭터가 백발로 담배를 피우면서 거리를 걸어가는 장면을 생각했는데, 그런 비주얼만 보여줘도 카타르시스가 오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성으로서, 가져서는 안 될 취미를 갖고도, 그래도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어 마지막 장면에서 미소의 얼굴이 왜 화면에 나오지 않는가란 관객의 질문에 전 감독은 “미소 뿐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과연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나만의 취향이 무엇인가 질문하게끔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속 주인공 미소는 집 대신 자신의 취향인 담배와 위스키를 택한다. 감독은 “이 지독히 춥고 힘든 현실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살려면 어딘가에 취해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담배와 위스키를 설정했다. 실제 모두들 어딘가 중독돼 산다”고 말했다.

 

“집이 없는게 아니라 여행 중인 거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주인공 미소가 집이 없이 떠돌아 다니는데요. 미소처럼 소공녀 영화가 전세계를 떠돌아 다닌듯 해서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7월 열린 제17회 뉴욕아시아영화제(NYAFF)에서 <소공녀>는‘타이거 언케이지드 최우수 장편 영화상(Tiger Uncaged Award for Best Feature Film)’을 받았다.

<소공녀>는 한국 영화 중 유일하게 해당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작품이었다. 당시 뉴욕에 거주하는 관객들도 높은 집값으로 빠듯하게 살아가는 고달픈 현실이 뉴욕과 비슷하다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 냈다.

영화 ‘소공녀’는 청춘의 여행담이다. 그러나 여타 청춘 영화들처럼 반짝이거나 싱그럽지 않다. 하루아침에 갈 곳 잃은 미소가 대학 시절 함께 울고 웃던 친구 집을 여행한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아프다.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외로운 시집살이를 견디고, 떠나간 아내를 그리워하고, 자신의 결혼이 전부인 부모를 위해 산다. 미소는 각기 다른 상황에서 매일을 버텨내는 이들의 세상을 떠돈다. 밥을 먹이고 담배를 피우고 청소를 해주면서 이들을 치유한다. 상처 가득한 이가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그래서 쓸쓸하고 아프다.

한 관객이 영화 이후의 미소는 남자친구와 재회 했을까요?란 질문에 전고운 감독은 한번도 생각해 본적 없다고 답했다. 미소의 미래는 크게 상관없다. 현재를 살아가는 미소가 위스키 한잔과 담배로 행복한 것으로 족하다.

이렇듯 웃픈 우리네 삶이 이들 배우의 대사와 표정으로 곳곳에 묻어나 여행중인 미소의 이야기가 깊은 감동으로 전세계 관객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폐막식에서 한 호주 현지 한 영화 관계자는 한-호 합작 영화를 제작해 볼 생각 있냐고 제안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첫 장편 영화로 괄목할만한 작품을 선보인 여성 감독으로서 입지를 다진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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