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ign Up For Subscribe

Register your email address to receive our weekly e-letter and social media updates to your email.

이레터 무료 구독신청

‘계단이 두려운’ 은퇴자 가족을 위한 단층집

<고국의 전원 속 첨단 하우스 – 제5부…포항 애플팜 하우스>

 

정년을 3년 앞둔 심태철·김호연 씨 부부는 직장이 있는 울산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은퇴 후에는 고향인 포항에 집을 짓고 살기로 했다.

포항역에서 내륙방향으로 40분 남짓 걸리는 고향 마을은 청송과 산 하나를 사이에 두어 예전에는 그 산세가 고래를 닮았다 해 ‘청송고래’라고 불리던 곳이다.

토양이 비옥하고 일교차가 다소 커 이곳에선 사과 농사를 많이들 짓는다. 건축주 부부 역시 은퇴 후에는 사과 농사를 조금씩 지으며 소박한 삶을 살 요량으로 저온 창고와 컨테이너를 두고 간이 주말 주택으로 이용해 왔다. 그러나 점점 커가는 손주들을 보며 조금이라도 어릴 때 번듯한 공간에서 즐거운 추억을 남겨주고 싶어 집짓기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다.

 

<직접 가꾸는 과수원길을 걸으며 손주들에게 글이 아닌 손과 발로 자연을 알려주는 게 행복인 건축주 부부>

 

노후를 보내는 두 사람이 머무를 주택이었기에 요구조건도 많지 않았다. 방 2개에 거실과 주방으로 단출하게 구성된 남향의 단층집이면 충분했다. 설계를 맡은 투엠투건축사사무소의 이중희 소장은 외부에서 작업할 일이 많은 농촌에서의 삶을 고려해 건축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보통 작업공간은 집의 후면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변 경치가 아름다워 풍경을 보며 작업할 수 있도록 정면에 배치했어요. 남는 대지에 억지로 마련한 느낌이 아니라 제대로 된 공간처럼 쓰시게끔 건물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 캐노피 구조로 현관부를 계획해 주택의 아이덴티티로 부각시켰고요.”

 

<모자이크 스타일의 자작나무 합판 마감이 이어진 현관 중문은 중앙부를 누르면 폴딩 도어가 되어 두 손이 자유롭지 않아도 문을 열 수 있다.

거실의 크기만큼 꽉 채운 창으로 채광을 확보하고 그 크기에 꼭 맞는 데크는 부부가 티타임을 즐기는 공간이 되어준다.>

 

 

<천연마루와 자작나무 벽재, 스프러스 목재 천장 마감으로 유행을 타지 않는 따뜻한 실내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내가 가장 애정하는 공간인 보조주방은 세탁실과 함께 쓰고 있다.

두 식구가 먹을 식사를 준비하고, 때때로 자녀들이 찾아와도 부족하거나 넘치지도 않게 구성한 주방.>

 

산을 배경으로 동서로 시원하게 뻗은 남향 배치의 주택은 살짝 꺾인 캐노피 현관부를 시작으로 주요 실들이 일자 배치된 단순한 구성이다. 거실 층고까지 높이를 맞춘 창으로 빛과 주변 풍경이 가득 실내로 들어오고 공적 성격의 거실·주방과 사적 성격의 침실 공간을 포켓도어로 분리했다. 거실로의 출입을 용이하게 하되 전이공간이 되도록 거실 창 크기만큼 데크를 설치했다.

노출콘크리트의 외관과 달리 실내는 좀 더 익숙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도록 바닥재와 천장은 나무 재질로 마감하고 실내 가벽과 붙박이장은 화이트로 지정했다. 침실 공간의 복도 벽은 거실과는 또다시 대조적으로 노출콘크리트 마감을 살리고 창을 두 군데 내어 채광을 확보했다.

 

+ DETAIL

애플팜하우스의 단열과 내부 마감

주택이 위치한 포항은 남부지방에 속해 있지만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같은 위도상의 다른 지역보다 춥고 일교차가 크다. 따라서 법적 단열기준보다 단열재를 두껍게 적용하고 로이 삼중유리를 채택했다.

<주로 과수원일을 하느라 시간을 쓰고 거실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 생활 패턴을 고려해 안방은 심플하게 구성했다.

일체화된 거실 및 주방과 침실은 포켓도어로 분리하고 복도 양끝에는 세로창을 내었다.>

<자녀들이나 친구들이 찾아올 때 머무를 수 있는 게스트룸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욕실은 넉넉한 사이즈로 계획했다.>

최근 들어 단독주택을 짓는 젊은 건축주가 늘었다지만, 은퇴를 앞둔 부부가 여전히 가장 많이 전원생활을 찾는다. 어린 시절 자라왔던 환경과 비슷한 곳으로 돌아가 소박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두 번째 인생을 준비하는 건 어쩌면 인간의 본능에 닿아있는 것일까.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온 시절이 쏜살같이 지나고 이제 황혼의 문턱에 닿은 부부는 고향으로 돌아와 사과 농사를 지으며 여생을 보낼 집을 지었다. 사과가 영글어가듯 자랄 손주들과 앞으로 쌓을 시간과 추억이 이 집을 서서히 완성해 나갈 것이다.

엣지있는 캐노피 현관은 비를 피해 김장을 하는 야외 공간, 이동식 풀을 놓으면 손주들의 즐거운 간이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부부의 휴식을 위한 그늘이 되어주기도 한다.

 

 

clearblockeleven

clearblockele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