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ign Up For Subscribe

Register your email address to receive our weekly e-letter and social media updates to your email.

이레터 무료 구독신청

[발행인 엽서] 국민정서에 흔들리는 사법부, 국민정서를 무시하는 사법부

전철 안에서 칼을 휘두른 흉악범, 주거 침입 절도범, 교도소 난동범, 그리고 테러 모의 전력자에게 내려진 가석방의 훈훈한 조치가 결국 호주 사회에 또 한차례의 냉혹한 비극을 안겨줬습니다.   

 

물론 호주의 관대한 보석 및 가석방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이슈는 아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국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보석이나 가석방 제도가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팽배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우리 호주한인들에게는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시점입니다.

 

즉, 호주에서는 보석 및 가석방 제도가 지나치게 관대한 반면 대한민국에서는 너무 형식적이고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때문입니다.

 

또 다른 한편에서 바라보면 고국의 경우 이른바 ‘사면제도’의 남발로 인해 보석 및 가석방 제도가 국민 정서에 지나치게 좌우되는 반면, 특별사면의 개념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호주에서는 보석 및 가석방 제도가 국민정서와는 무관하게 법적 잣대만 지나치게 적용되는 듯 합니다.  

 

뿐만 아니라 고국에서는 구속 수사 지상주의의 만트라(mantra)가 국민 정서를 좌지우지하는 듯 하는 반면 호주에서는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지나칠 정도로 중시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혹시 이래서 우리 한국인들은 목소리가 크고, 백인들은 무서울 정도로 냉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무튼 소말리아 난민 출신인 야쿠브 카이레이(Yacqub Khayre)에 의해 자행된 멜버른 인질 테러 사건 직후 호주사회에서는 지나치게 관대한 보석 및 가석방 제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말콤 턴불 연방총리마저 “이토록 흉악무도한 자가 가석방으로 풀려나 이같은 테러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는가에 대해 대단히 심각한 의구심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을 정도입니다.

 

빅토리아주 야당은 “가석방 절차는 차치하더라도, 범인이 풀려난 것은 분명 잘못이고 이는 주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다”라며 정치 공세를 강화했습니다.

 

이같은 국민적 공분은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지난 2012년 연쇄 강간범 아드리안 배일리는 가석방으로 풀려난 상태에서 호주 공영 ABC의 여성직원 질 메거(당시 29세)를 납치해 무참히 강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당시 이미 호주의 관대한 가석방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정점을 향해 치닫은 바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2014년 12월 15일에는 호주사회 전체를 경악시킨 시드니 마틴 플레이스의 ‘린트 카페’ 인질극이 벌어져 카페 지배인 토리 존슨 씨와 손님이었던 법정 변호사 카트리나 도우슨 씨가 목숨을 잃는 등 전 국민을 비통에 빠지게 했습니다.  당시 인질극 사건의 범인 맨 해론 모니스 역시 보석상태였습니다.

 

그런가하면 NSW주 부정부패방지위원회(ICAC)으로부터 “전대미문의 역사상 최악의 부정부패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돼 기소된 전 노동당 주정부의 실세 장관 출신의 에디 오비드 씨와 이안 맥도날드 씨는 거의 4년 여 동안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끝에 가까스로 최대 5년의 실형을 선고받는데 그쳤습니다.  

 

실제로 호주 전역의 치안법정(Magistrate)에서는 거의 하루가 멀다 하고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솜방망이 처벌은 물론, 피의자나 피고에 대한 보석이 남발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호주 사법부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법이란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을 예상하고 예방조치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 결과에 대해 심판을 하는 것”이라는 원칙을 제시합니다.

 

이번 멜버른 브라이튼 아파트 인질 테러극의 범인 야쿠브 카이레이에 대한 가석방을 결정한 빅토리아주 가석방심의 위원회의 관계자들도 “가석방 원칙과 절차에 따라 내려진 결정으로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다”는 점을 적극 내세웠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호주 정치권도 보석이나 가석방 제도의 관대함을 탓하기 보다는 그 절차의 허점을 보완해야 하고 이는 결국 입법기구의 책임으로 귀착될 것입니다.

 

관련 절차에 대한 허점 보완도 시급하지만, 관련 법제도에 대한 한국과 호주의 중간지대가 존재한다면 가장 이상적 사법체계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톱 미디어 발행인 이숙진

                                                       

clearblockeleven

clearblockeleven